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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cation

[言論] 우리 사회 속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

by Dongwan. G 2020. 4. 15.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논란

 

구 동 완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2019년 10월 30일,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이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기존의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의 명칭을 변경한 것이며,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할 수 있도록 벌칙 조항을 신설한 것이 핵심이기도 하다. ‘공개금지’라는 명칭이 들어간 만큼 훈령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변화했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33조의 내용에서 논란이 제기되었다. 제33조(오보 대응 및 필요한 조치)에서 적시하고 있는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 에 대하여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론의 취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사실 우리 형법에는 피의사실공표죄 조항이 존재한다. 이는 재판 전 피의 사실을 누설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이 조항은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피의사실공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은 실제로는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론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는 검찰 조직이 이러한 언론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기소가 이뤄지기 전 내사, 수사 단계에서의 피의 사실을 기자에게 은근히 의도적으로 흘리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피의 사실이 언론에 넘어가 보도될 경우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물론 수사 관계자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본래 개정 훈령의 원형인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피의 사실 공표 문제가 심각한 이슈가 되었을 때였다(<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하여). 이에 대해 당시 언론의 행태는 분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법무부가 준칙을 만들었을 때도 언론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당시 언론을 비롯 현재 언론은 해당 훈령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어 강력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첫 번째로, 오보 내지는 추측성 보도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언론 보도가 이뤄진 사실에 대해 추후 옳다고 판별이 난 경우에도 보도가 난 시점에서는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 대부분이 이를 부인한다. 특히 이러한 행태는 비단 주요 권력층 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보도가 난 시점에서 오보를 어떻게 규정하겠는가에 대한 필연적인 문제가 상존한다. 두 번째는 사건 당사자가 오보에 의해 피해를 봤다면 국내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거나 소송을 낼 수 있다. 이러한 절차가 있음에도 수사기관 장이 취재를 곧바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독일은 언론에 제재를 결정하는 주체가 검찰이 아닌 연방 재판소다. 한 독일 언론인은 언론은 스스로가 신중히 보도한다는 전제하에 보도 필요성의 판단을 검찰(정부)이 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미국의 경우는 한국과 달리 피의 사실에 대해 ‘공개 원칙(예외적 비공개)’가 기조다.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피의 사실이 언론에 의해 보도된 후 재판에서 무죄로 밝혀질 경우 손해배상 소송이 빈번히 일어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훈령을 법무부에서 자체적으로 손쉽게 개정한 만큼, 검찰 측의 언론 대응 전담 전문 공보관이 아니면 언론과 접촉할 수 없도록 하여 수사 과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어렵게 된다(수사 내용에 대한 언론의 정보 결핍으로 인해). 나아가 이는 국민의 알 권리 침해 및 군소 언론의 영향력 약화(메이저 언론사는 검찰과의 연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유지될 것이므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법무부에서 훈령의 취지는 피의자의 인권 강화를 강조하고 싶은 의도를 갖고 있기에, ‘인권 을 침해한 오보를 했을 때만’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언론(취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선 기자와 검찰의 접촉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특정 피의자에 대한 선입견 을 조장하거나 유죄를 기정사실화하는 성격의 대화를 수사기관 종사자와 기자가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의 해당 훈령 개정과 관련한 이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일어난 것이라 그 시의성에 대한 논란이 지적되었다. 물론 이 개정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때 이미 논의가 된 것이라 조국 수사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보이나, 검찰개혁 및 조 장관 지지자들의 비판과 맞물리면서 그 취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 해보게 한다. 말하자면 검찰개혁과 관련한 주장은 검찰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 제기인데 검찰의 비공개 정보를 늘리고 대내외 노출 정보를 줄이면 검찰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는 한 검사의 의견(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적 모순성이 내재된 사안이라는 점이다.

 

  언론의 보도로 인한 피의자의 인권 침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법무부의 입장도 부분적으로는 이해가 된다. 때문에 이에 대해서 언론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성숙 한 태도가 동반되어야 함은 자명하다고 본다. 그러나 언론의 존재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론의 형성(이는 많은 경우 사안의 시의성에 기반하므로)에 의한 권력 형성과 실질적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법무부의 훈령은 그 구조상 언론이 지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혹은 침해하는 조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법무부가 어떠한 자격으로 대의 민주제의 작동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하는 언론(취재)의 자유를 섣부른 판단으로 감히 재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 표현의 자유란?

  표현의 자유는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 제1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헌법 제21조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은 제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했지만, 여타의 조항에서는 제한적인 조건을 내세워 금지하거나 강제하는 모순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수정헌법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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