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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作文

#2_ 왜 고성능 민주주의로의 이행인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

by Dongwan. G 2021. 12. 26.

왜 고성능 민주주의로의 이행인가

- 우리 사회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

 

구 동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부를 재분배할 수 있는 합법적 폭력이다. 합법성은 선거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재벌로 대표되는 선출되지 않은 경제권력이 부의 재분배를 방해하고 있다. 몇몇 국민들은 그들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주기까지 한다. 합법적으로 선출되진 않았지만 여론이 곧 권력인 민주 사회에선 경제권력 스스로가 정당성을 획득했다는 착각을 야기한다. 게다가 현대 산업들은 초기 산업사회와 달리 실로 엄청난 물질적 규모를 자랑한다. 비대해진 경제권력은 여론으로 형성된 착각된 정당성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독주를 시작한다. 우리 사회는 행정, 사법, 입법으로 대표되는 세 권력이 서로를 견제할 수 있도록 삼권분립 원칙을 적용했지만 그 속에 경제권력은 빠져있다. 오히려 경제권력은 세 권력을 압도하며 그들의 자발적 부역을 유도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부터라도 이들에 대한 구조적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세 권력을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은 사실 토지 소유와 전쟁 국가가 삶의 틀인 현실에서 정립된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농경사회에선 필연적으로 귀족정, 민주정, 참주정(군주정)이 나타났는데 이 세 권력은 당시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어 하나가 독주하는 체제는 불안정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8세기에 혼성정체론에 근거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농경사회도, 전쟁국가도 아닐뿐더러 경제 권력이 통제 불가할 정도로 비대해진 고도화된 산업 사회다. 게다가 권력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오늘날 한국 정치는 비토크라시(극단적 파당정치)로 전락했다. 이러한 환경은 현대 산업사회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고, 기존의 세 권력(입법, 사법, 행정)은 경제권력을 견제하기에 능률적이지도 못하다. 이에 로베르토 웅거는 삼권분립과 정당제를 넘어서서 산업사회의 작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성능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의 정치 체제와 권력 구도는 성능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특히 조국 사태에서 봤듯이 이념과 삶이 따로 노는 소위 87년 항쟁과 ‘민주화’를 거친 586세대가 지배한 정치는 비토크라시를 야기했다. 이는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약화시켰고 오히려 경제권력을 신봉하게 만들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 재벌들의 분식회계 의혹과 상속 문제, 기업들의 노동자에 대한 갑질 문제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차라리 정치보단 효율이 우선인 경제권력을 지지하고 만다. 제도 정치가 강력한 새 권력을 견제할 궁리를 하기는커녕 상대 정파의 비위를 폭로하는 장을 연출했을 때 이들은 뒤에 숨어 반사이익을 챙겼다. 난마에 지친 국민들은 결국 제도의 효능감을 믿지 못하고 강력한 대통령, 강력한 권력의 옹립을 욕망하기에 이른다. 산업사회의 저성능 민주주의가 쉬이 보수화될 수 있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지금부터라도 고성능 민주주의로 이행해야 하며 동시에 정치 효능감을 높여야 한다. 정치(입법)와 행정, 사법 권력은 산업사회의 장점은 가져가되 폭주하는 경제권력을 견제할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 공화적 제도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게 정치관계법이나 정당법, 국회법 등을 개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높일 수 있고, 현대 민주주의가 비토크라시와 전체주의라는 두 개의 극단을 오가게 되는 불안정한 상태의 도래를 막을 수 있다. 제도 개혁에 더해 '규제'는 필연적으로 을의 위치에 서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유일한 사회적 장치다. 그러나 고도화된 관료화로 기존의 세 권력의 반응 속도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 격차가 커질수록 경제권력 하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의 사각지대는 시시각각 넓어진다. 사각지대 속에서 김용균 씨와 같은 우리 사회의 평범한 노동자들이 매년 평균 2,000명씩 사망한다. 고성능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정치 효능감의 증진은 선출되지 않은 막강한 경제권력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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